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HBM 개발조직을 운영해 왔다. HBM 상용화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3세대 제품인 HBM2E까지도 경쟁사를 압도했지만 관련 시장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자 투자를 줄이고 조직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전이라 당시 삼성이 HBM2E를 양산해도 이를 제대로 팔 곳이 없었다”면서 “이익률조차 다른 D램 제품에 뒤처졌던 상황이라 내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라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곳곳에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인력이 상당수 다른 곳으로 배치됐고, 결국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뺏긴 계기가 됐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담 개발팀을 모아 힘을 싣겠다는 포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회사를 대상으로 첨단 패키징 서비스만 별도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칩을 수직으로 겹쳐쌓는 신규 3D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이미 대만 TSMC가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의 우위를 내세워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등 최선단 공정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4조88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1위 D램 사업에서도 후발주자에게 일격을 허용한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 추격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살아난 것이 그나마 시간을 벌어다 준 셈”이라며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 만큼 삼성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재정비에 돌입한 것”이라 말했다.